2022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캐나다 원주민 학살과 기숙학교의 인권 유린에 대해 사과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더 많은 책임이 필요하다.”그 말은 참으로 고상하고 신중하게 들립니다.그런데 이상하죠.책임을 말하는 사람치고, 정작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토록 많은 피해자와 죽음이 있었는데, 교황의 언어는 여전히 공중에 둥둥 떠 있는 추상명사에 머물러 있습니다.책임? 그 말 참 편리합니다“더 많은 책임이 필요하다”는 말은 책임을 지겠다는 말이 아닙니다.그저 ‘책임이 어딘가에 있어야 한다’고 제안하는 말일 뿐입니다.그리고 언제나처럼 그 책임은 구체화되지 않고,누가 질 것인지도, 언제 어떻게 질 것인지도 모호합니다.가톨릭 교회는 참 오랜 세월 ‘모호함’ 안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습니다.과거에도 성직자들은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