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 6

“더 많은 책임이 필요하다”? 교황의 사과는 왜 책임을 회피하는 완곡어법인가

2022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캐나다 원주민 학살과 기숙학교의 인권 유린에 대해 사과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더 많은 책임이 필요하다.”그 말은 참으로 고상하고 신중하게 들립니다.그런데 이상하죠.책임을 말하는 사람치고, 정작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토록 많은 피해자와 죽음이 있었는데, 교황의 언어는 여전히 공중에 둥둥 떠 있는 추상명사에 머물러 있습니다.책임? 그 말 참 편리합니다“더 많은 책임이 필요하다”는 말은 책임을 지겠다는 말이 아닙니다.그저 ‘책임이 어딘가에 있어야 한다’고 제안하는 말일 뿐입니다.그리고 언제나처럼 그 책임은 구체화되지 않고,누가 질 것인지도, 언제 어떻게 질 것인지도 모호합니다.가톨릭 교회는 참 오랜 세월 ‘모호함’ 안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습니다.과거에도 성직자들은 “하..

카테고리 없음 2025.05.18

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교황청 재정 부패가 드러낸 신앙의 허상

한때 인간은 신의 뜻을 묻기 위해 교회에 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황청을 보면, 묻고 싶은 건 이것입니다.“이 모든 부패와 사기극을 신은 정말 몰랐단 말입니까?”바티칸이라는 이름 아래, 수 세기 동안 ‘거룩함’이라는 무기를 휘둘러온 조직이 실은 국제 금융 스캔들의 무대였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비밀이 아닙니다. 신앙의 심장부라 불리던 곳에서, 신은 침묵했고 돈만이 말했습니다.바티칸: 믿음을 저당 잡힌 자산운용 본부가톨릭교회의 핵심 기관인 바티칸 은행은 원래 신도들의 헌금을 모아 선한 일에 쓰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적어도 겉으로는요.실제 모습은 어땠을까요?마피아 자금 세탁, 부동산 사기, 나치 전쟁 범죄 은폐, 고위 성직자들의 횡령.신을 위한 조직이라기보다는, 신을 핑계로 한 사적 권력의 집결지라는 ..

카테고리 없음 2025.05.16

진실 앞에 닫힌 교회 – 갈릴레오에서 여성 사제까지

갈릴레오를 359년간 부정했던 교회, 과연 지금은 달라졌는가?가톨릭 교회는 오랜 시간 진실 앞에서 눈을 감아왔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갈릴레오 갈릴레이 탄압 사건입니다. 17세기, 그는 지동설을 주장했다는 이유만으로 종교재판에 회부되어 이단자로 낙인찍혔고, 여생을 가택 연금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오늘날에는 그의 주장이 과학계의 상식이 되었고, 그는 ‘근대 과학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반면, 교회는 이 명백한 오류를 무려 359년이 지난 1992년에야 비로소 시인했습니다. 그때도 교황청은 “갈릴레오의 주장에는 부분적 과장이 있었다”며 사과의 무게를 희석하려 했습니다.문제는 단순한 오류가 아닙니다. 갈릴레오 사건은 교회가 과학적 사실을 억압하면서도 자신들의 권위만을 수호하려 했던 전형적 ..

카테고리 없음 2025.05.12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가톨릭 교회의 성범죄 은폐, 그리고 그 옹호자들에게 묻는다

아직도 “예외적인 일”이라 믿고 있는가?가톨릭 교회의 아동 성범죄를 이야기할 때마다, 여전히 일부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성직자가 그런 건 아니잖아.” “이건 오래전 일이야.” “그래도 교회는 좋은 일도 많이 했잖아.” 하지만 이 변명들은 이제 설 자리가 없다. 전 세계에서 밝혀진 사건의 수와 은폐의 조직적 양상은, 이 문제를 ‘개별적 일탈’이라 치부하기엔 이미 너무나 광범위하고 구조적이다.프랑스에서만 70년간 33만 명의 아동이 학대를 당했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300여 명의 사제가 1,000명 이상의 아이들을 수십 년간 성폭행했다. 이 숫자는 통계일 뿐이다. 그 뒤에 무너진 삶과 되찾지 못한 시간, 그리고 정의를 외면당한 피해자들이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아직도 “신부님이 그럴 리 없..

카테고리 없음 2025.05.10

콘클라베: 신의 뜻? 아니, 권력의 카르텔

전 세계 10억 명이 넘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교황은 신의 대리인, 하늘의 뜻을 전달하는 존재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그 신의 대리인이 어떻게 선출되는지 아십니까? 바로, 폐쇄된 밀실에서 몇몇 고위 성직자들이 밀실 정치로 결정한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콘클라베'라는 이름의 비밀스러운 회의에서 말이죠. 이 회의에 신자들은 물론, 평범한 성직자조차 개입할 수 없습니다. 교황을 뽑는 데 있어 무려 10억 명의 신자들이 배제되는 이 기이한 과정이 과연 신의 뜻에 따른 결정일까요?‘콘클라베’는 라틴어로 ‘열쇠로 잠근 방’을 뜻한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약 120명의 추기경들이 교황을 뽑습니다. 이 추기경들 대부분은 이전 교황들에 의해 임명된, 실력보다 권력으로 자리를 차지한 인물들입니다. 교..

카테고리 없음 2025.05.05

‘선종’이라니, 중립은 어디에 두고 오셨습니까?

프란치스코 교황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한국 언론이 입을 맞춘 듯 꺼낸 단어가 있다. 바로 ‘선종(善終)’. 무슨 암호라도 되는 양 일제히 그 말을 써댔다. 마치 모두가 가톨릭 신자가 된 양, 너무도 자연스럽게. 세간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언뜻 들으면 고결하고 품위 있는 표현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엔 은근한 강요가 숨어 있다. “이 죽음은 특별하다”고, “이 표현이 맞는 것이다”라고. 문제는 언론이 그 말에 실린 종교적 함의는 단 한 마디도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니, 설명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하겠다. 언론이 중립성을 지키는 기관이라면, 특정 신앙의 내부 용어를 그대로 갖다 쓸 땐 최소한의 맥락 설명이라도 덧붙여야 하지 않겠나?‘선종’이라는 단어는 그저 고상한 말이 아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5.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