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한국 언론이 입을 맞춘 듯 꺼낸 단어가 있다. 바로 ‘선종(善終)’. 무슨 암호라도 되는 양 일제히 그 말을 써댔다. 마치 모두가 가톨릭 신자가 된 양, 너무도 자연스럽게. 세간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언뜻 들으면 고결하고 품위 있는 표현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엔 은근한 강요가 숨어 있다. “이 죽음은 특별하다”고, “이 표현이 맞는 것이다”라고. 문제는 언론이 그 말에 실린 종교적 함의는 단 한 마디도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니, 설명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하겠다. 언론이 중립성을 지키는 기관이라면, 특정 신앙의 내부 용어를 그대로 갖다 쓸 땐 최소한의 맥락 설명이라도 덧붙여야 하지 않겠나?‘선종’이라는 단어는 그저 고상한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