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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사임 거부는 헌신인가 집착인가?

laprimavera 2025. 4. 3. 12:54

 

 

프란치스코 교황은 건강이 악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황직을 내려놓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 이유가 뭘까? 그야말로 "아직 실현해야 할 많은 계획이 남아 있다"는 대단한 사명감 덕분이라고 한다. 하지만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면서도 권좌를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면, 순수한 책임감이라기보다는 '내려올 생각이 없는' 집착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이러한 행보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집념(?)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파킨슨병으로 몸이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에서도 "끝까지 버텨보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교황직을 사수했다. 당시에도 "숭고한 희생"이라는 미화된 찬사가 이어졌지만, 실상은 쇠약한 지도자가 교황청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반면, 베네딕토 16세는 2013년 "이제 내 몸이 안 따라준다"며 전격적으로 사임을 결정했다. 이는 600여 년 만의 용퇴 선언으로, 교황도 필요할 때는 내려올 줄 알아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남겼다. 흥미로운 점은 프란치스코 교황 본인이 과거 "권력을 경계해야 한다"고 설파하며, 베네딕토의 결정을 용기 있는 행동으로 칭찬했던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요한 바오로 2세의 길을 따라가고 있으니, 이쯤 되면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책임감 때문이라고 항변하지만, 비평가들은 "그럴싸한 포장일 뿐"이라며 비웃고 있다. 정작 본질은 교황직을 내려놓고 싶지 않은 개인적 욕심 아니겠냐는 것이다.

결국, 이번 논란은 교황직이 가진 절대 권력과 종신제 구조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교황이 되면 누구도 견제할 수 없고,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하지 않는 한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무를 수 있다. 개혁을 외치던 프란치스코 교황마저도 권력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면, 가톨릭 교회의 통치 시스템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를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주요 참고 기사

  • AP통신: Pope acknowledges criticism and health issues but says in his new memoir he has no plans to retire (2024.3.13)
  • Catholic News Agency: Pope Francis takes on critics in autobiography, says he won’t be resigning (2024.3.14)
  • 동아일보: 교황 "권력 포기는 겸손의 힘"…힘 실리는 ‘조기 사임설’ (2022.8.29)
  • The Guardian: Pope under pressure to resign after jubilee (2000.5.18)
  • 가톨릭프레스: 프란치스코 교황, 연일 '권력을 경계하라' 강조 (2022.9.5)